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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Tree,2016)

 언젠가부터 통 안에 들어있는 이쑤시개를 보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내 앞에 벌어진 이 현상의 인과와 의미가 궁금해졌다.

 나무로 만들어진 이쑤시개는 한 때 살아있는 나무의 일부분이었다.

숲에 있던 나무가 베어져 운송되고 가공되어 시장에 나와 내 앞까지 오게 되었을 것이다.

숲에서 수십 년을 주변에 가족 친척 친구 나무들과, 풀, 동물, 곤충, 세균 등과 공생하며 경쟁하며 살았을 것이다.

부모 나무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정보에 의해 발현 되었을 것이다.

부모 나무는 그 윗대의 조상 나무들로부터 유전 정보를 물려받았을 것이다.

현재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시작되어 30~40억년을 이겨낸 생존의 결과물이다.

우주의 시작부터 130여억년의 세월이 흘러 물질들이 다양한 형태로 죽었다 살았다 하다 모여 죽은 나무로 여기서 나와 만났다.

나 또한 우주의 시작부터 있던 물질들이 다양한 형태 다양한 개체로 나누어져 계속 모습을 바꾸다가 부모님의 유전정보를 받아 여기 이렇게 발현되어 있다.

나와 나무라는 특정 개체들이 이 엄청난 시공간의 우주에서 여기 지금 만났고 나는 아름다움을 느꼈다.

 무한 할 듯 엄청난 우주의 시공간에서 나와 저 나무가 벌어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만약 어떤 복권이 일억 분의 일의 확률로 당첨된다고 했을 때, 한두 장, 수십 장, 수백 장 사면 잘 안 된다.

만장을 사면 만분의 일 확률로 가능성이 높아진다. 억장을 사면 한번 된다.

일조 장을 사면 만 번 된다. 만 번 되는 확률은 되고 안 되는 확률에서 되는 확률이다. 되지 않을 수 없는 확률이다.

낮은 확률일 것 같은 현상도 사실 조건이 무한에 가까워지면 낮은 확률이 아니다.

만약 우주가 무한하다면 모든 가능성은 경우의 수가 되어 벌어진다. 한번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한이 반복해서 벌어진다.

 아무리 낮은 가능성일 것 같은 현상도 무한한 우주에서는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 밖에 없는 현상이 되어 버린다.

 내가 이 나무를 만난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이 현상의 인과와 의미를 알아야 할까? 알 필요가 있을까?

알 수 없다. 알 필요가 있는 지도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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